임인년 1월 20일 駿九가 보낸 간찰이다.
준구가 자신을 '功服弟'라고 지칭하였는데 공복이 상사에 입는 옷으로 지금 상중에 있는 상태임을 알 수 있다.
간찰은 書簡, 書信, 書札, 簡牘 등으로 부르며, 고문서 형태로 전해진다. 문집에 수록된 간찰은 '書'로 분류하여 수록하기도 하는데, '서'란 고문서 형태의 간찰이 문집에 수록된 것을 말한다. 간찰은 일반적으로 皮封과 내용으로 구성되고, 내용은 다시 本紙와 別紙로 구별할 수 있다. 흔히 간찰이라고 하는 것은 편지의 본문인 본지를 의미한다. 小紙, 胎紙 등으로도 불리는 별지에는 본지에 적기 어려운 구체적인 내용이나 보내는 선물, 은밀한 부탁이나 청탁 등이 기록된다.
간찰의 내용은 書頭, 候問, 自叙, 述事, 結尾로 나뉜다. 서두에는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안부 인사를 적고, 후문에는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다. 자서에는 간찰을 보내는 사람 본인의 근황을 서술하며, 술사에서는 간찰을 보낸 이유를 적고, 결미는 간찰의 마지막 부분으로서 간단히 끝맺는 말과 날짜, 성명, 올림[재배(再拜)] 등의 항목을 순서대로 적는다.
간찰의 발신인이 본지에 내용을 작성할 때 공간이 모자라면 본문의 위쪽 여백에 이어서 쓴다. 위쪽 여백도 다 사용하였으면 오른쪽 여백에 이어 적고, 이 이상 내용을 작성할 경우에는 본문 행간에 쓰기도 한다. 이렇게 본문 여백에 내용을 돌려가면서 쓰는 것을 '回文'이라고 하며, 이 간찰 역시 회문식으로 작성되었다.
먼저 준구는 새해가 되어 그리움이 간절하던 때에 존형의 인편이 준 편지로 형제, 아들 모두 편안하다고 하니 더욱더 그립다고 하며 자신은 큰 탈 없어 다행스럽다고 하였다.
편지의 용건은 전에 말씀하신 일로 金坪에 사는 친구 李에게 가서 물어봤는데, 봄에는 전혀 생각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둘러대는 말일 것이라고 하며 나머지는 언급할 곳이 없어 도움을 드리지 못한다고 하였다. 또한 潼山 學如에게 힘껏 권면하여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하였다. 이어 집 아이를 말씀대로 보내는데 날짜는 25일로 정했으나 존형의 말씀을 알지 못해 탄식한다하며 마무리 하였다.
추신으로 존형의 중형과 계형 및 서당 이종형님께 바빠서 편지를 못 썼으니 이런 뜻을 알려달라고 부탁하였다.
참고문헌
최승희, 한국고문서연구, 지식산업사, 2015
문창호, 簡札의 安否人事에 대한 類型, 東洋古典硏究 57, 동양고전학회,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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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 조선시대 편지[簡札]의 문화사적 의의, 민족문화논총 30, 영남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2004
집필자 : 신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