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 11월 그믐에 동생 아무개가 보낸 간찰이다.
간찰은 書簡, 書信, 書札, 簡牘 등으로 부르며, 고문서 형태로 전해진다. 문집에 수록된 간찰은 '書'로 분류하여 수록하기도 하는데, '서'란 고문서 형태의 간찰이 문집에 수록된 것을 말한다. 간찰은 일반적으로 皮封과 내용으로 구성되고, 내용은 다시 本紙와 別紙로 구별할 수 있다. 흔히 간찰이라고 하는 것은 편지의 본문인 본지를 의미한다. 小紙, 胎紙 등으로도 불리는 별지에는 본지에 적기 어려운 구체적인 내용이나 보내는 선물, 은밀한 부탁이나 청탁 등이 기록된다.
간찰의 내용은 書頭, 候問, 自叙, 述事, 結尾로 나뉜다. 서두에는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안부 인사를 적고, 후문에는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다. 자서에는 간찰을 보내는 사람 본인의 근황을 서술하며, 술사에서는 간찰을 보낸 이유를 적고, 결미는 간찰의 마지막 부분으로서 간단히 끝맺는 말과 날짜, 성명, 올림[재배(再拜)] 등의 항목을 순서대로 적는다.
간찰의 발신인이 본지에 내용을 작성할 때 공간이 모자라면 본문의 위쪽 여백에 이어서 쓴다. 위쪽 여백도 다 사용하였으면 오른쪽 여백에 이어 적고, 이 이상 내용을 작성할 경우에는 본문 행간에 쓰기도 한다. 이렇게 본문 여백에 내용을 돌려가면서 쓰는 것을 '回文'이라고 하며, 이 간찰 역시 회문식으로 작성되었다.
편지의 결미에 발신인은 자신을 '弟' 아무개라고 적었으나 해충에 의한 부식이 있어 확인이 어렵다. 수신인은 발신인에게 두 손 잡고서 헤어진 뒤에 안부를 몰라 늘 탄식하며 그리워했는데 부모 모시며 지내는 형편이 두루 좋고 숙부님의 형편도 두루 편안하시니 정말 위로가 된다며 자신은 부모 모시며 그런대로 지내니 다행스러울 뿐이라고 하며 근황을 전하였다.
편지의 용건은 萊谷의 監役 집에서 아직도 사람을 보내지 않아 매우 근심스럽다고 중간에서 거간하는 죄는 날마다 잡히는 대로 처분을 받는다고 하였다. 내곡은 현재 강원도 강릉시 내곡동 일대로 짐작된다.
이어 심지어 자신의 하인은 법사에 잡혀 갇혀서 심한 욕을 당했으니 억울하다며 이런 뜻을 당신 종씨인 泰好에게 말해 주기를 부탁하고 있다. 연말이라 많은 날이 남지 않아 더욱 심하게 독촉을 당하니 빨리 보내어 아무쪼록 조치 해주기를 거듭 바란다고 하였다. 말씀하신 서울 소식은 말할 것이 없고, 인편이 드물어서 재촉하기에 적지 못하니 나중 인편에 상세히 적어 보낼 터이니 이해해달라고 하였다. 이어 새해 달력은 나중에 인편에 부쳐드리려고 한다고 하며 편지를 마치고 있다.
[키워드] 요청, 법사, 泰好, 독촉, 새해달력